들어가는 말

우리가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을 하늘의 별이 밝혀주던 시대는 복되도다.
-- 게오르그 루카치, ``소설의 이론'' 중에서, 1914년


음악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재즈의 스윙감(feeling of swing)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싱커페이션(syncopation, 당김음)이 갖는 효과는 ``당연히 그러하리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기본 박자에, 한 박자 또는 반 박자를 앞으로 끌어당기거나 뒤로 옮기는 변형을 가함으로써 나타나는 파격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들판에 몰래 파놓은 구덩이로 허방다리를 짚고 빠지는 순간에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아득한 떨어짐의 느낌이나 양쪽의 긴장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줄다리기에서 불현듯 상대가 줄을 놓았을 때 뒤로 넘어지며 느끼게 되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아차!' 하는 느낌이 바로 이 싱커페이션의 효과와 일맥상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이동산에서 자이로 드롭(gyro drop)이나 바이킹을 즐겨 타는 것 또한 인간이 자신의 신체 구조로는 일상적으로 느끼거나 경험할 수 없는 파격적인 느낌을 전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세대를 약30년으로 규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컴퓨터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UCLA와 SRI, UCSB 간에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인터넷이 태동된 것이 1969년이며, 그로부터 30년 뒤인 1999년은 국내외적으로 GNU와 리눅스 그리고 오픈 소스가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하며 가장 크게 부각되었던 한 해였습니다. 한 세대의 마감과 또다른 한 세대의 시작점에서 사람들은 놀라움의 대상에서 이제는 흔해 빠진 일상으로 변해 버린,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생활 양식에 새로운 파격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이러한 파격과 일탈의 이면에는 예외없이 기회가 숨어있고, 자연적으로 기회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파격을 일상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과 파격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인,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으로의 회귀가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파격 또는 일탈이라는 말이 일상이라는 단어에 의한 상대적인 의미를 가리킨다면, 파격이 일상으로 변할 수 있는 경우는 연이어진 음(音)들을 모두 싱커페이트 시켜서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새로운 가락으로 악장 전체를 재편하는 것입니다. 싱커페이션만으로 구성된 연주는 더 이상 싱커페이션을 느끼게 할 수 없는 일상으로 변모하며, 특정한 위치로부터 시작된 구멍의 연속은 더 이상 구멍이 아닌 통로가 됩니다. 우리는 지금 이 못갖춘마디의 도입부에 서 있으며, 이곳은 파격을 일상으로 고착시키려는 사람들과 파격이 연속되지 못하도록 그 이전의 상태로 회귀시키려는 사람들의 불협화음이 격렬한 난장으로 어우러지고 있는 리듬의 변화가 극심한 곳입니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지 이기는 쪽은 길게는 다가올 한 세대 동안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지 모릅니다. 물론, 그 틈새에서 반사 이익을 얻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입니다.

[going to mutopia project]

파격과 일상이라는 두 개의 다른 관점에서 볼 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한가지 공통된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태를 지속하거나 전이시키는 시점과 위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에 편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 단위인 2비트로 구성된 메트로놈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심장과 혈관의 맥박으로 구성된 2비트의 생체 메트로놈은 가장 원초적인 리듬감을 형성하면서도 그 고정적인 반복성으로 인해 싱커페이션에 의한 파격의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전달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생체 메트로놈인 2비트의 호흡과 맥박을 3비트의 홀수 비트로 순간적으로 전이시켰다가 다시 안정적인 2비트로 돌아오게 하는 과정을 통해 유발되는 생소하고 변칙적인 느낌이 바로 싱커페이션에 의한 효과이며, 이러한 싱커페이션은 기본적으로 2비트의 생체 메트로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싱커페이션은 생체 메트로놈에서 발생하는 비트와 외부로부터 접근해 오는 음파가 직접 혼합되지 않고 피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충돌되면서 울림과 잔향을 생성한다는 점이 그 파격의 느낌을 더욱 배가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심미적인 감동은 생체 메트로놈이 변조시키는 특정한 주파수를 가진 비트의 연속과 이와 다른 주파수를 가진 외부의 소리가 피부라는 양방향성 센서를 통해 완벽한 일체감을 만들어 낼 때, 신경 시냅스를 따라 사람의 온몸 전체로 증폭되며 퍼져나가는 감정의 상태라고 할 수 있으며, 싱커페이션에 의한 감흥은 이와 동일한 상태가 엇박자에 의한 불일체감에 의해 야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체 메트로놈은 일정한 박자를 가진 비트 발생 장치인 동시에 순차적인 비트간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시간 인식 장치입니다. 또한 그것은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해 주는 생명 유지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싱커페이션에 의한 파격과 상대적인 파격을 가능하게 해주는 일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보다는 우리 안에 항상 내장되어 일상과 파격을 가늠하게 해 주는 심장과 맥박의 생명력 있는 강렬한 2비트의 소리에 대한 것입니다. 그 소리는 바로 ``철학''입니다. 현재의 싱커페이션이 단지 한 순간의 파격으로 끝날 악보상의 기교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그와 정반대로 현재의 일상이 모든 음계가 싱커페이트된 못갖춘마디 상의 한 악절이었는지는 이제부터 설명할 생체 매트로놈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한가지 명백한 사실은 이 메트로놈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건 아니건 우리 모두에게 예외 없이 내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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